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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필동정담] 꽃가루의 역습 (2026.04.28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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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관리자
댓글 0건 조회 92회 작성일 26-09-20 11:28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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매일경제신문 입력2026-04-28


평소 시력이 좋은 지인이 안경을 쓰고 나타났다. 패션이냐 물었더니 알레르기란다. 돌아보니 황사나 미세먼지가 없는 날에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꽤 됐다.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알레르기 비염 환자 수는 139만명에 달했다. 지난해 1월 독감이 대유행했을 때 인플루엔자 진료 환자 수(약 150만~180만명)에 버금간다.

봄철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범인은 참나무와 소나무다. 야산마다 흔한 이 나무들이 바람에 미세한 꽃가루를 날려 보낸다.

지난 27일 기상청의 참나무 꽃가루농도위험지수에서 전국 163개 측정 지점 중 서울·인천·대전·울산을 포함한 110개 지역이 모두 위험지수 '높음' 단계였다. 남해안권 일부와 전라권 일부, 제주도와 섬 지역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국이 위험 지역이다.

해외도 상황이 비슷하다. 이달 가디언은 랜싯 퍼블릭 헬스에 실린 연구를 인용해 유럽의 꽃가루 시즌이 길어진다고 보도했다. 자작나무, 오리나무, 올리브나무 등 알레르기 유발 나무의 꽃피는 시기가 1990년대 대비 1~2주 당겨진 게 원인이다.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며 꽃가루 생산량도 늘어났다. '빨리 날리고' '많이 날리는' 꽃가루의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.

오재원 한양대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1998년 꽃가루 시기는 3월 초부터 석 달간이었지만, 2019년에는 2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넉 달 반 동안 계속됐다.

황사·미세먼지에 이어 꽃가루 알레르기까지 오래 머물면서 봄 마스크는 일상이 됐다. 공기청정기나 의류관리기 판매가 늘었다. 알레르기 항원 혈액 검사(MAST)를 받아본 이도 적지 않다. 이전에는 쓸 필요가 없었던 비용이 꽃가루와 함께 청구서로 날아온다.

참고로 전국 곳곳에서 풀풀 날리던 가루들은 알레르기와 무관한 버드나무나 미루나무의 씨앗 솜털이다. 때로 눈에 위험해 보이는 것들은 무해하고,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강력하다. 짧아져 아쉬운 봄이나, 보내기는 버겁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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